같이 사는 유나보람 2
집안일 요리는 정유나 설거지는 심보람
빨래는 각자 청소는 일요일에 같이
정유나 요리도 잘하고 할 줄 아는 요리도 제법 많아서
따로 살 땐 저녁 먹고 헤어지면 안되냐고 하던 심보람
이젠 꼬박꼬박 집밥 먹으려고 함
심보람 저녁마다 꾹꾹 눌러담은 밥 한공기 뚝딱할 때면
저 조그만 체구의 어디로 먹은게 옮겨간걸까 그저 신기한 정유나
집에 오기 전에 붕어빵 5마리 사서 4마리는 먹으면서 들어왔거든
한 번은 일요일에 늘어져라 늦잠자고 일어나니까
옆자리는 이미 비어있어서 심보람 한껏 부풀어오른
까치집 꾹꾹 누르면서 방 밖으로 나왔는데
정유나 보자마자 빵 터져서 한참동안 깔깔 웃음
점심이라고 하기엔 약간 이른 시간에 상 차리면서
브런치의 히스토리를 읊으며 준비한 메뉴는
토스트에 써니사이드업, 스팸 구운 것. 그리고 맥주.
심보람이 외국 사람은 이 시간부터 맥주 먹는게 일상이야? 물으면
이건 그냥 낮술이지 뭐, 하고 청량한 소리와 함께 맥주병 따는 정유나.
둘 다 주량이 약한 건 아닌데 심보람 잠이 덜깨서 그런건지 아니면
빈 속에 맥주부터 채워서 그런지 금방 알딸딸하게 술이 올라옴.
어느 정도 접시 비워지니까 심보람 설거지한다고
일어나는 뒷덜미 잡아다가 너 지금 얼굴 빨갛다고
그릇이라도 깨면 큰일이라고 하는데 그런가아… 하면서
코 찡긋거리며 웃는 심보람 때문에 심장 쿵 내려앉는 정유나.
심보람 그럼 잠깐 누웠다가 치우겠다며 꾸물거리면서
소파 위로 올라가서 누우면 정유나는 탁자만 조금 밀어내고
그대로 등에 무게 실어서 기대 앉은 채 그런 심보람 쳐다보는데
심보람 정유나 머리카락 만지작거리면서
유나 너 머릿결 좋다아… 늘어진 목소리로 내뱉음
머리 계속 기를거야 나도 머리 기를까 연거푸 웅얼거리더니
그대로 잠들어버리는 심보람 쭉 바라보다가
고개 뒤로 젖혀서 크게 한 번 숨 내뱉는 정유나
뭐가 이렇게 어렵나 천장 보면서 멍하니 생각하다가
상념에 마냥 젖어있기 싫어서 그릇들 주섬주섬 정리해서
설거지 하는데 한없이 울적해짐
대충 마무리 되면 정유나 소주랑 얇은 이불 가져와서
이불은 심보람 덮어주고 자기는 다시 탁자에 앉아서
안주도 없이 깡소주 먹기 시작하는데
아까 맥주 마실 때보다 훨씬 정신이 또렷해지는 느낌
한 병 다 마셔버리고 다시 소파에 푹 기대서
심보람 쪽으로 고개 돌리면 여전히 쿨쿨 잘자고 있길래
볼 한 번 살짝 쓰다듬고 눈감아버린다
좋다는 감정이 친한 친구를 넘어선 건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된거라
처음처럼 시도때도 없이 동요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다 할 순 없으니까
이렇게 마음 복잡할 때면 꼭 악몽 꾸는 정유나
앉은 자세로 잠드는 바람에 가위까지 눌려서
식은땀 뻘뻘 흘리면서 신음소리 내뱉으니까
마침 푹 자고 일어난 심보람 그 소리 듣고 놀라서
빨리 일어나라고 정유나 몸 흔들면 깨어나긴 하는데
정신 못차리고 한참 머리짚고 있으면 어느새 심보람이
옆에 내려와서 괜찮냐고 물갖다줄까 물어보지만
정유나 대답없이 그런 심보람 끌어안음
이거 맥주 마신 정도로 날 냄새가 아닌데 싶어서
눈만 이리저리 굴려서 주변 살펴보니 진로 한 병 비워져 있길래
유나 너 술냄새 많이 난다 하니까 그제서야 심보람 놔주고
그러게 너무 빨리 마셨나봐 하고 팔자눈썹 한 채 웃는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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